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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빌린 돈, 차용증만 있으면 괜찮을까요?

조회수 4최초 작성 2026-10-20 16:30

"부모님께 3억원을 빌려 아파트를 샀는데 세무서에서 자금출처를 소명하라고 합니다. 가족끼리 쓴 차용증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집값이 오르면서 본인 소득과 은행 대출만으로 집을 사기는 어려워졌고, 부모님이 자금 일부를 보태 주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문제는 부모님 돈이 자녀 계좌로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이를 "빌려준 돈"이라 주장하지만, 세무서는 갚아야 할 진짜 채무인지, 이름만 빌린 돈일 뿐 실질은 증여인지를 따집니다.

채무와 증여를 가르는 것은 차용증대로 돈이 움직였느냐입니다.

 


1. 세무서가 파고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30대 자녀가 8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한 사례입니다.

자녀의 예금은 3억원, 은행 대출은 2억원이고, 나머지 3억원은 부모님 계좌에서 나왔습니다.

자녀는 "부모님께 빌린 돈"이라고 소명하였습니다.

 

이때 세무서가 문제삼은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 차용증은 언제 작성했는가

  • 이자는 약정대로 지급하고 있는가

  • 원금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갚기로 했는가

  • 자녀의 소득으로 실제 상환이 가능한가

  • 지금까지 원금을 얼마나 갚았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면 차용증만으로 3억원을 채무로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자금조달계획서에 "부모 차입금"이라고 적었다면 그 한 줄이 앞으로 세금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2. 소득으로 설명되지 않는 자금은 증여로 추정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는 취득자의 직업, 연령, 소득, 재산 상태로 보아 스스로 취득했다고 보기 어려우면 그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 ① 재산 취득자의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 등으로 볼 때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을 취득한 때에 그 재산의 취득자금을 그 재산 취득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이를 그 재산 취득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추정이라는 말은 납세자가 반대 사실을 입증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금 출처를 충분히 소명하면 증여추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명하지 못한 금액이 취득가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면 추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앞의 사례라면 기준선은 1억 6천만원입니다.

설명되지 않는 금액이 3억원이니 증여추정 대상이 됩니다.

 

세무서의 자금출처 소명 안내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소득, 재산, 대출금, 금융거래 내역을 대조하는 검증 절차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출한 자료로 자금이 설명되지 않거나 허위 차입 의심이 있으면 증여세 과세나 세무조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 제출하는 소명자료가 실무상 승부처인 이유입니다.

 


3. 가족 간 대여, 채무로 인정받는 네 가지 조건

가족 간 금전거래가 정상적이라면 차입금으로 인정됩니다.

세무서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증여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해관계가 같은 가족 간 금전거래이기에 다음 네 가지 조건을 엄격히 따지고 있기에 대비가 필요합니다.

 

첫째, 차용증은 송금 전에 작성합니다.

차용금액, 이자율, 이자 지급일, 변제기, 원금 상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 두어야 합니다.

소명 요구를 받은 뒤 과거 날짜로 만든 차용증은 신빙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확정일자, 공증, 이메일 송수신 기록 등으로 작성 시점을 객관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이자는 계좌로 지급합니다.

차용증에 따라 자녀 계좌에서 부모님 계좌로 이체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현금으로 드렸다"는 주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또 부모님이 받는 이자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하므로 이자를 지급하는 자녀가 지방소득세 포함 27.5%를 원천징수해 신고해야 합니다.

번거롭게 느껴지겠지만, 신고 기록은 차입 관계가 실제로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셋째, 원금은 실제로 갚습니다.

분할상환이라면 약정한 일정대로, 만기 일시상환이라면 자녀에게 그 원금을 마련할 소득과 재산이 있어야 합니다.

소득이 많지 않은 자녀가 수억원을 빌린 뒤 수년간 이자도 원금도 갚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대여로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원금을 갚아가는 과정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넷째, 형식적인 상환은 피합니다.

자녀가 원금을 갚은 직후 부모님이 비슷한 금액을 다시 보내는 이른바 '순환 송금'은 실질적인 상환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세무서는 한 번의 입출금이 아니라 전후의 전체 계좌 흐름을 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금의 기본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입니다.

 


 

4. 무이자로 빌렸다면 '이자만큼의 증여'가 남습니다

차입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무이자이거나 이자율이 지나치게 낮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무상 또는 적정이자율(현재 연 4.6%)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린 경우 그 이자 차액이 증여재산이 됩니다.

다만 연 1천만원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짚겠습니다.

"2억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괜찮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이자 상당액에 대한 증여세 기준일 뿐입니다.

원금이 채무로 인정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차용증도 상환 기록도 없다면 2억원 원금 전체가 증여로 추정될 수 있습니다.

 


5. 증여로 신고할 것인가, 제대로 빌릴 것인가

부모님이 돌려받을 생각 없이 도와주는 것이라면 증여로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고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라면 기본 증여재산공제 5천만원에 혼인 증여재산공제 1억원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앞의 사례 3억원의 증여세는 신고세액공제까지 반영해 약 1,940만원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반대로 돌려받을 돈이라면 처음부터 자녀가 갚을 수 있는 금액만 빌려주고, 적정한 이자를 약정하고, 약정대로 이자와 원금을 받아야 합니다.

가장 불리한 선택은 증여도 대여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두는 것입니다.

신고한 증여보다 추징당한 증여가 언제나 더 비쌉니다.

 


6. 채무로 인정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세무서는 소명 과정에서 채무로 인정한 금액을 사후관리 대상으로 두고, 만기 무렵 실제로 상환했는지 다시 점검합니다.

이때 부모님이 원금을 돌려받지 않기로 하거나 채무를 면제하면 그 금액은 채무면제이익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또 시간이 지나 부모님의 상속이 개시되면 자녀에게 빌려준 돈은 부모님의 대여금 채권으로서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차용증을 쓰는 순간 그 돈은 증여세뿐 아니라 상속세 계산에서도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맺으며 - 세무서는 돈이 남긴 흔적을 봅니다.

상담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이미 돈을 보내고 집까지 산 뒤, 세무서 연락을 받고서야 차용증을 찾는 분들입니다.

거래가 끝난 뒤 서류를 보완하는 것보다 자금을 옮기기 전에 거래의 성격부터 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가족 간 거래에서는 말보다 기록이 중요합니다.

돈을 빌린 날의 차용증, 자금이 이동한 계좌, 이자를 지급한 내역, 원금을 상환한 기록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상환 기록이 뒤따르지 않으면 차용증은 가족끼리 만든 종이 한 장에 그칩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돈을 보내기 전에 증여인지 대여인지부터 분명히 정하길 권합니다.

세금은 거래가 끝난 뒤가 아니라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하는 것입니다.